'나는 소원을 잃었다네 ~'
장석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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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6 00:00
이제사 돌이켜보면 제 딴에는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지만, 제 딴에는 착하게 산다고 살아왔지만, 三寶에 귀의하여 부처님 말씀을 거울삼아 저의 모습을 비춰보니 그 초상은 참으로 우매하게 살아온 중생입니다. 참으로 미련하게 살아온 못난이 입니다. 숨을 곳도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모습에 참으로 많이도 괴로워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더 진리의 말씀에 목말라 하였고, 늘상 갈증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도처에서 만나는 부처님의 말씀들은 단비와도 같사오며, 그 모든 말씀들은 많고도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어느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그것이 무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저만의 숙제와도 같습니다.
부처님 말씀은 마법의 손길과도 같습니다. 그 손길이 저의 마음을 스치울 때마다 저의 마음은 모르는 사이에 건강해져 가고, 모르는 사이에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제 마음은 웬만큼 떠밀어도 밀리지 않습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마음 쓸 이유가 없습니다. 차차로 짜증이 줄고 瞋心이 잦아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나'는 그런 감정들 이상의 존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 마음은 웬만큼 잡아당겨도 끌려가지 않습니다. 그런 사소한 걸로 마음이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차차로 바라는 소원이 없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나'는 그런 바람들 이상의 존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진리에 의지하려 하면 할수록 저의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가고, 저의 몸은 점점 더 작아져가고 있습니다. 몸이 작아져 가면 갈수록 몸에 달라붙어 있던 욕심들도 작아지고, 욕심들로 휘둘리던 마음의 동요도 잦아들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가면 갈수록 저의 마음과 주변과의 공간도 점점 더 여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공간의 여유는 시야를 넓혀주어 못보고 지나치던 것들이 보이고 양해되며 싫던 것들, 추한 것들, 하잘것 없어 보이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들의 이면에 있던 아름다운 가치입니다.
그동안 끼고 살아왔던 볼록렌즈가 벗겨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좋은 것, 바라는 것만 크게 확대하여 왜곡돼 보이고 끌려다니던 것이 평면의 고른 시야를 찾아가며 제대로 된 세상이 새로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모든 것들이 자리를 잡아가면 갈수록 저의 바람은 약해지고 소원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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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원(所願)을 잃었다네~
그렇게나 많고도 간절했던 소원들이 문득 사라졌다네.
어느 소원을 먼저 바랄까 순서를 매기기가 어려웠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소원들이 사라졌네.
나의 소원이란 것들이 무엇이었나.
잘되기를 바라고 좋은 것 원하고
이것도 갖고싶고 저것도 이루고싶고..
왜 나에게만 그렇게 돼야하나?
왜 나에게는 좋은 일만 일어나야하고
왜 나는 원하면 얻어야 하나?
누가 그것을 갖다 줄 수 있을까?
강이 있는가 하면 산도 있고
해가 나는가 하면 비도 오는 이 세상에서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세상에서
어느 것이 잘 된 일인지 아닌지조차, 두고봐야 아는 세상에서
마치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원인 없이 생기는 게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모두가 '정답'이거늘
나는 무엇을 억지로 바라나?
나는 무엇을 좋다고 원하나?
주변을 둘러보라.
좋은 일만 생기는 사람, 궂은 일만 생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일 해만 뜨거나 매일 비만 오지 않듯이
매일 웃기만 하거나 매일 울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남에게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과 같이, 나에게도 마찬가지.
길을 가다보면 굽은 데도 만나고 거친 데도 만나듯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라.
잘 된 일인 줄 알았더니 아니거나,
엄청 꼬였는지 알았는데 오히려 잘 풀려간 적도 있잖은가?
'어줍잖은 잔머리로 간택을 하려 말라'
'어줍잖은 잔머리로 간택을 하려 말라'
억지로 바래본들 결국엔 원인따라 이뤄지고야 말것이며
잔머리 굴려본들 큰 그림은 안 보인다.
'원인'따라 돌아가는 '정답'에 순응하라.
그래서 나는 소원을 잃었고,
~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다네..
그리고, 소원이 사라진 그 자리에 원력(願力)이 생겨났다.
밖에 있는 걸 억지로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원인'을 지어 '결과'를 바라려는 원력이 생겨났다.
이렇게 해주세요, 저걸 이뤄주세요, 가 아니라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걸 이루어보겠습니다, 로 바뀌었다.
밖으로부터 구하려던 마음이 멈추고
안으로부터 끄집어내려는 마음이 생겨난 것이다.
원인보다 과분해 보이는 결과물들을 바라던 마음에서
내가 직접 원인들을 쌓아 나아가, 큰 것을 일구어 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하여 그냥저냥 '정답'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원인'을 지어 내가 '정답'을 이루겠다는 다짐이 생겨난 것이다.
'다만, 저의 손을 잡아주시어 제가 잘 해낼 수 있도록 힘을 주사이다~'
'다만, 저의 손을 잡아주시어 제가 잘 해낼 수 있도록 힘을 주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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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처님의 말씀을 통하여 마음의 평온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나 울었던 것처럼
제 마음의 이 평온을 위해 그 옛날 부처님께서 궁성을 넘으셨으며,
지금 또 이렇게 여러 스님들의 입을 빌려 사자후를 토하고 계심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사생의 자애로운 어버이 이시며 위없는 스승이신 거룩하신 부처님께 至心歸依 하옵니다.
나무 상주 시방불.
나무 상주 시방법.
나무 상주 시방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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