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해석을 부탁드립니다.
장석효
0
12,490
2006.12.22 00:00
'삼운법회'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착이 '문수는 네 문수요, 무착은 내 무착이니라' 라고 말한 것은, 무착의 경지가 대단히 수승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집착(또는 염착)'때문에 눈앞에서 문수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무착은 분발하여 공(空)과 색(色)이 화합되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수행을 하였다 하였습니다. 공(空)과 색(色)이 화합되는 경지에선 생(生)과 사(死)가 둘이 아니요, 범(凡) 성(聖)이 따로 없는 경지이므로, 마치 허공과 같이 탁 트인 상태입니다. 거기엔 그 어떤 모양이나 이름도 한갓 허망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경지에선 '문수'니 '무착'이니 하는 분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공(空)의 경지, 철저한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고 보니 문수에 대한 집착도 모두 사라지고, 문수조차 그저 '문수'라는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이제 더 이상 '문수'라는 이름에 끄달리거나 휘둘리지 않게 된 경지입니다.
그리고, 문수가 '노승의 혐의를 입고 돌아가는구나. 쓴 꼬두박은 뿌리까지 쓰고,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도다.' 라고 말한 것은, 무착의 경지를 찬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문수보살이 눈앞에 나타나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든 집착을 여읜 무아(無我)의 경지, 공(空)의 경지에 이르렀다면, 이는 참으로 궁극적인 경지라 할 만하다고 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를 비유하여 '쓴 꼬두박은 뿌리까지 쓰고,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다'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일관성 또는 궁극성을 강조한 비유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를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무착이 오대산에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도(道)에 어긋나는 말만 하던 것을 비유하여 <쓴 꼬두박은 뿌리까지 쓰다>하고, 이젠 문수를 주걱으로 때리며 초월할 정도로 대단히 수승한 궁극의 경지에까지 이른 것을 비유하여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다>라 표현한 것이라 나누어 볼 수도 있습니다.
참고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장석효 합장.
[이 게시물은 삼운사님에 의해 2019-06-25 12:54:26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삼운사님에 의해 2019-06-25 12:59:01 [복사본]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